복지부 '통합돌봄 실태조사'

지난 6월 11일 강원 강릉시 성산면의 한 가정집을 찾은 강릉의료원 의료진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진료하고 있다.
보건복지부가 13일 발표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국 방문 진료의 수요 대비 공급 충족률은
21.9%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. /장경식 기자
경남 남해군에서 민간 의원을 운영하는 개원의 A씨는 ‘방문 진료’를 신청한 환자들을 위해 2주에 한 번 정도만 왕진을 간다.
그나마 진료 시간이 아닌 점심시간을 쪼개서 이동한다. 남해 전체 읍·면 10곳 중 3곳에 민간 의원이 아예 없는데,
만약 의원 문을 닫고 왕진을 갔다간 찾아온 환자들을 진료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.
이재명 정부의 1호 복지 사업인 ‘지역사회 통합 돌봄’ 가운데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의사가 직접 찾아가는 방문 진료는
이 제도의 핵심으로 꼽힌다. 하지만 정작 방문진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노인·장애인은 20%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.
특히 인구 감소 지역에서는 10% 수준으로 더 떨어진다. 통합 돌봄은 노인이나 장애인이 병원·시설에 들어가지 않고 살던 곳에서
각종 의료·요양·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로, 올 3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됐다.
13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‘통합돌봄 실태조사’ 결과에 따르면, 방문 진료는 전국 공급 충족률이 21.9%였다. 전국 시군구 229곳에서
앞으로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는 서비스 수요와 현재 기관·인력이 제공할 수 있는 규모를 비교·분석한 수치다. 방문 진료는 통합 돌봄이 제공하는
다른 서비스인 방문 요양(96.9%)이나 방문 건강 관리(75.6%)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.

방문 진료는 인구 감소 지역에선 10.7%로, 일반 지역(25.5%)보다 더 떨어졌다. 환자 거주지에서 방문진료 제공 기관까지
평균 거리도 인구 감소 지역(18.8㎞)과 일반 지역(12.2㎞) 간 차이를 보였다. 가령, 인구가 적은 농어촌 등에서는
의사가 한 번 왕진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뜻이다.
이번 조사에서 방문 진료를 원하는 수요(노인·장애인)가 전국 평균보다 높지만 공급(기관·인력)이 낮은 지역은
전국 시군구 229곳 중 66곳으로 나타났다. 경남 남해군, 경북 청도군, 전남광주 장흥군·진도군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.
남해군 보건소 관계자는 “남해군에서 방문 진료 사업에 참여한 의원은 5곳인데, 대기자가 늘면 제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어
(방문진료를)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어렵다”며 “대기 인원이 10명을 넘지 않도록 조정하고 있다”고 했다.
장흥군도 노인 인구가 많아 방문 진료 수요가 전국에서 셋째로 많지만, 전체 읍·면 10곳 중 5곳에 민간 의원이 없다.
이 때문에 방문진료 참여 의원들이 왕진 횟수를 늘리는 게 어려운 상태라고 한다.
수가(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) 체계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. 정부는 읍·면 지역에서 방문 진료를 하면
건당 수가의 20%를 추가로 지급할 뿐, 방문 진료를 위해 실제로 이동한 거리에 따라 금액을 더 주지 않고 있다.
게다가 인구 감소 지역에 방문 진료 왕진을 갔더라도 행정구역이 ‘동’이면 읍·면 가산을 받지 못한다.
그런 만큼 의사 입장에선 시간을 투자해 왕진을 가는 것보다 찾아오는 환자들을 기다리는 게 수입 면에서 더 나을 수 있는 것이다.
의료계에선 주간 보호 센터나 경로당 등 노인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왕진을 가는 것도 방문 진료를 인정해 줘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.
인공지능(AI)을 활용한 의료 진단 기술과 이동형 의료 버스 시스템을 개발해 온 장혁재 온택트헬스 대표(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)는
“거동이 가능한 노인들은 주간 보호 센터처럼 가까운 곳에 모여 진료받을 수 있도록 방문진료 인정 범위를 넓히고,
AI 의료기기를 갖춘 이동형 의료 버스 등을 적극 활용하면 적은 인력으로도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할 수 있을 것”이라고 했다.
-
PREV 리벨리온·퓨리오사AI·온택트헬스 등 8개社, 26년 상반기 우수연구개발 혁신제품 지정
-
NEXT 다음 글이 없습니다.